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이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어린시절엔 김춘수님의 이 시를 만나고

샤갈의 그림 중에 샤갈이 눈 내리는 마을을 그렸겠거니 했었다

강남역의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었던 순수와 희망이 가득했던 그때가 떠올라진다.

음..샤갈의 작품 중에 눈 내리는 마을이란 그림은 없고

다만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란 샤갈이 그토록 그리워 하고 사랑했던

그의 고향 러시아의 "비테브스크"라는 마을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지..

유태인 빈민촌의 가난한 마을. 이 마을을 떠올릴때면

김기찬님의 사진집 "골목안 풍경" 의 가난한 중림동 골목길이 떠올라진다.

1999년 성탄절 친구와 함께 선물과 카드를 차안에 담아

중림동과 문래동 골목을 찾아 헤매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 산타 아가씨가 되어 보겠다고 했던 그때

그 고맙고 순수했던 그 친구..못난 친구를 위해 애써 주었던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지리감각이 워낙 둔한 그와 나의 탓을 하며 해가 질때까지 골목을 찾아 헤매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사진첩에 보인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가게들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정말 바보였을까..1970년대의 서울의 풍경을 사진첩에 담은 모습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30년이 지난 후, 그 풍경을 찾으려 했었으니..

발길을 돌리고 그와 나는 성남 용인에 있는 교회로 한밤이 되어서야 갔다

두 고마운 부부가 6명의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 2명과 함께

친자식처럼 키우고 있다던 그 곳..

집과 가까워 가끔씩 들리곤 했지만 늘 두 부부는 바쁜 것 같다.

큰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겠네..아..흐르는 시간속에서

잠시 동안 고독한 자유에 빠져 본다.